넷플릭스 나혼자만 레벨업 리뷰, RPG 게임과 출세욕을 잘 섞은 이야기

《나 혼자만 레벨업》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성공한 작품이지만 저는 이번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봤습니다. 일본어로 더빙을 했지만, 캐릭터 이름이 한국식 이름이라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소설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화를 했다고 하는데요. 한국 특유의 문화가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RPG 게임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

1편에서 익숙한 엔트(개미)와 레이드를 노가다에 비유하는 모습이나, 가족에 관한 묘사 등은 이 작품을 쓴 사람이 한국인이 맞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리니지에서 엔트를 잡으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쌀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앵벌이(구걸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비속어입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당시 리니지로 수 천만원 이상의 돈을 벌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도 레이드를 노가다로 비유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그 당시 사람들을 보셨거나 비슷한 추억이 있는 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대를 만들어서 공대장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나 기믹이 있는 던전을 공략하는 모습들에서 가상 현실 게임을 염원하던 2000년대 초반 감성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RPG 장르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나혼자만 레벨업》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감성과 특별한 기회를 얻어서 혼자서 출세하는 감각적인 만족감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 일 것입니다.

 

가상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혼자만 레벨업》처럼 게임에서 특별하게 성공하는 스토리라든지, 현실에서는 실패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성공하는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소드아트 온라인》이 대표적이며, 《리제로》, 《무직전생》, 최근에는 《이 세계 삼촌》 등의 작품들을 진지하게 살펴봤습니다.

 

남성향 이세계물들은 반드시 히로인(여성 영웅)이 등장하는데, 남성의 선호에 최적화되어 있는 검증된 캐릭터여서인지 인터넷 방송계에서 밈으로 소비되거나 히로인을 모델로 하는 버튜버가 소비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추구하는 히로인의 선호도는 과거에는 차이가 있었는데요. 한국은 약하고 겁이 많아도 현명하고 착한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일본은 조금 멍청하더라도 강하고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이해를 받으려는 약한 모습을 일본식으로 지뢰계녀나 멘헤라(정신병자의 모에화)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애니메이션에서 완벽한 여성의 모습을 경험하면서 그와 비교했을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패배자(루저)' 취급하는 문화가 발생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마치 20대에 대기업의 CEO나 일국의 왕자 등으로 묘사되면서 월 1000만원 정도는 벌어야 남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국내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더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한 길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실패한 다수를 거르는 망이 되고 있는지는 모호하지만 여러 콘텐츠에서 보여주는 최고의 주관적 행복감이 넓게 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증수표와 같았던 성 역할의 균형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남성은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도 여자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약하다는 발상을 억압이라고 이해할지도 모르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배려였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이 진심으로 여성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여성은 마음에 들지 않는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서 다른 그룹의 남성을 불러오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이 된다면 강한 자만 살아남는 시대에 접근하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여성을 위한 복지는 남성차별 이전에 여성차별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만약 여성 복지를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성차별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우대를 받아야 된다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불평등한 발상이므로 차별주의자의 낙인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남성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경우, 여성을 만나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강해집니다. 하지만 자신의 출세나 사회적 평판을 위해서 아들을 이용한 부모들이 많았던 한국의 풍토는 남성이 결혼을 포기해도 큰 문제를 느끼지 않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가상에서나마 최고의 행복을 원하는 분위기가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시행착오는 미래사회의 양분이 될 것입니다.

어떤 작품에 관한 선호가 높다는 것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을 개인적으로 꾸준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