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는 하나의 주제에 깊게 몰입하고 있기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최대한 맛있게 섞은 볶음밥 같은 작품입니다.
작품을 어떻게 체험하는지는 주관적이어서 사람마다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콘크리트 유니버스를 완성도 있게 끌어 갔으면 했었습니다. '몸값'이 콘크리트 세계관과 단절되고,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황야 모두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포함되어 있지만 두 세계관은 연결되지 않는다는 언급들에서 용두사미의 분위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재밌습니다.
무거워 보이지만 가볍고 재밌는 영화
황야에는 뭔가 본 듯한 콘셉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디스토피아의 황무지 콘셉트는 여러 콘텐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처음에 등장하는 노마드(유목민) 콘셉트는 싸이버펑크에서 본 것과 유사했습니다. 또한, 동물을 잡아서 고기를 판매하는 콘셉트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파밍게임과 유사한 느낌이었습니다. 익숙하니까 더 반가웠습니다.
전형적인 히어로물이기는 합니다만 한국 특유의 권선징악 사상도 적절하게 녹아 있었으며, 머리를 날려야 죽는 '좀비' 요소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깡패들끼리 싸우는 컨셉이나 개그 코드 등도 많이 익숙했습니다.
세계관 면에서는 폐쇄적이고 잔인한 북한의 컨셉을 많이 가져온 것 같았습니다. 1년에 두 번 정도 비가 내릴 정도로 물부족에 시달리는 세계관 내에서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아파트에서 권력을 잡은 '양기수'는 그 권력을 이용해서 딸을 살리기 위한 명목의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의 실험체가 된 학생들은 신인류로 진화를 한다는 개념의 교육을 받는데요. 학교내부의 컨셉을 살펴보면 양기수의 초상화를 걸어둔 것을 포함해서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붉은 글씨로 세뇌를 시키기 위한 목적의 문구를 적어 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박수를 치는 콘셉트 또한 마찬가지로 북한의 방식을 참고한 것 같았습니다.
양기수의 목적은 물과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물과 음식 없이 생존 할 수 있는 인류를 만들어냄은 물론, 머리만 제대로 있다면 몸을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머리와 상반신만 조금 남아 있는 딸을 살리기 위해서 그러한 실험을 시도했다고 하는데요. 딸을 위한다는 개념 또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잘 섞인 볶음밥 같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활을 이용한 흥행전략이나 여군의 활약 등의 요소들도 충분히 검증된 판타지 요소들로서 활용됐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흥행을 위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현실적이고 잔인하게 묘사한다면 재미가 아니라 공포를 느끼는 시청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제가 봤던 한국 영화들은 정치색이 짙은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의미전달에 있어서 특유의 직설적 표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표현요소들이 적당하고 그럴듯한 표현으로 교체되어 있는 부분에 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액션감이나 시각적인 부분은 여전히 재밌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미완성된 작품 같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기대를 하고 있던 게임의 튜토리얼을 끝내고 보니까 그게 전부였다면서 엔딩이 뜨는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적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규모가 있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아쉬웠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검증된 배우분들의 연기 때문에 '캐릭터'로 커버하는 것 같았습니다. 세계관은 무엇인가 깊이가 있어 보이는 것 같지만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러 컨텐츠를 즐기는 취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바로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좀비나 생체실험 등의 요소들도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아예 다른 개념의 신박한 '멸망 이유' 같은 것들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멸망한 세계의 서울을 납득해 달라는 요구는 세계관에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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