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명작 천공의 성 라퓨타 리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일본 애니메이션들에서 보이는 감성 표현의 뿌리가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가 궁금해서 과거의 일본 만화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애니메이션 작가 분들이 많아서 1986년에 개봉한 '천공의 성 라퓨타'라고 하는 작품을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를 이용한 지배

오래전 라퓨타 일족은 천공의 성 '라퓨타'를 이용해서 지상을 통치했습니다. 그들은 전투로봇을 보내거나 말을 듣지 않는 나라는 강력한 레이저를 이용해서 마치 '원자 폭탄'이 폭발한 것 처럼 파괴 하기도 했습니다. 라퓨타의 왕족들은 오래전 서로 전쟁을 했으며 그 승리한 집단이 라퓨타를 버리고 지상으로 내려와서 인간과 동화 됐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작중 시타의 말을 토대로 유추한다면 라퓨타의 왕족들은 세계관의 지상, 즉 별 자체를 통치하는 자들로서 많은 권력과 부를 누렸지만 그 이상의 욕망을 위해서 많은 잔인한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승리한 왕족들이 라퓨타를 버리고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도 이러한 잔인함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 조차도 라퓨타를 파괴하는 주문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은 본가의 후손 중에서 시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시타는 라퓨타 왕국의 후계자로서 비행석을 물려받았습니다. 비행석은 라퓨타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면서 하늘을 날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돌입니다.

비행석을 별에 비유합니다

시타의 본명은 류시타 토엘 우르 라퓨타 로서 라퓨타의 언어로 토엘 우르는 진() 왕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작품 마지막에서 라퓨타 일족이 차마 하지 못했던 강력한 무기를 파괴합니다. 지배를 포기하면서 기존의 질서를 파괴한 것입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직관적으로 본다면, 강력한 기술로 인간을 지배하던 '지배계층 인간'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지배를 당하던 인간들의 후손들도 군대를 만들어서 다시 지배계층이 되려고 하는 과정을 지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폭력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적' 이라는 집단을 이용해서 폭력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폭력적인 질서는 나쁘지만 새로운 질서에 도전하는 폭력은 좋을 수도 있다는 이중적인 사고관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의 캐릭터 묘사가 일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납득이 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호함에 관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히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둬서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상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작품의 목적 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공백으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에서 내려오는 '전설'이 작품에 반영되어서 공감대가 형성 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의도적인 모순, 평화가 오기 위한 고민

제 개인적인 감상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모순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파즈'가 키우고 있는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합니다. 파즈는 시타를 구하기 위해서 해적단에 합류하게 되는데요. 이때, 상징적으로 새장의 비둘기를 풀어줍니다. '해적단'이 시타를 구하는 행동은 '평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상징입니다.

해적단의 목표는 라퓨타의 보물들입니다. 군대를 통솔하던 '무스카'의 목적은 라퓨타의 무기로 다시 한번 지상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무스카도 시타와 같은 라퓨타 왕족의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해적단도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범죄자들입니다. 목적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자체를 '순수함'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강력한 자가 나타나면 질서가 바로잡히고 이후에 지배의 시대가 찾아왔다가 지배의 힘이 약해지면 사설 군대, 해적 등이 출몰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후에 다시 그들 중 누군가가 승리하면서 지배의 시대가 찾아오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순환에서 '평화'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서 작가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복잡한 상황을 풀어나가는데 '사랑'과 '평화'는 중요하다는 메시지만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참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질서를 유지하려는 자와 질서에 도전하려는 자의 갈등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품마다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분명한 대답은 보류합니다.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전반적인 표현력은 지금봐도 이질적이지 않습니다. 표현력은 높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하지 않은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