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하이스코어걸 리뷰, 1990년대 일본 게임업계 배경의 러브코미디

하이스코어걸은 2010년에 10월 29일에 연재를 시작해서 2018년 9월 25일에 완결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독점으로 애니메이션이 나왔길래 봤는데요. 기본적으로 남성향이 짙기는 하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여성분이 보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작품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깔끔하게 완결까지 마무리되는 작품입니다.

1990년대 일본의 전설적인 게임들이 나오던 시기

앞서 다른 포스팅에서도 적어 둔 것처럼, 일본 경제는 1985년 9월 22일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있던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한 '플라자합의' 이전과 이후로 나눠집니다. 플라자합의는 잘나가던 일본의 수출 경쟁력에 미국 경제가 밀리는 구조로 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 주도로 일본 경제에 버블이 형성되도록 유도한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은 덕분에 절대 따라잡지 못할 만한 경제적 벽이 있었던 일본을 낮은 원화 가치를 기반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었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던 일본은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한국에 기술지원이나 산업화를 도와주기도 했었습니다. 화폐 가치가 높으면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국가 간의 거래에서 환율의 변화는 거래 이익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질적 가치 평가를 왜곡하면 시장 결과도 왜곡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일본 기술들이 많이 유출되면서, 그 기술들을 기반으로 일본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이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국가들이 일본의 경제를 견제했던 시기여서 일본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외국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면서 잘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의 전범국으로서 일본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일본의 경제 성장에 공포를 느끼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의 콘텐츠들이 제작됐습니다. 일본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의 돈을 일본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특유의 장인정신 때문인지 완성도에 집착하는 게임들이 많이 나왔었는데요. 주로, 오락실 게임들처럼 '승부' 하는 형태의 게임들이거나 소규모 파티가 협동하는 형태의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스트리터파이터 같은 2D 격투게임부터 1993년 출시된 버추어파이터 같은 3D 격투게임도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격투게임에 영향을 준 전설적인 게임들이었습니다.

하이스코어걸에서 소개되고 있는 시대상

이 작품은 199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가정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좋아하지만 인생의 경로가 정해져 있는 부잣집 여자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서 게임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진짜 게임 오타쿠였기 때문인지 세세한 내용까지 잘 다뤄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흉내 내는 수준의 캐릭터 묘사가 아니라 완성도가 높습니다. 마치,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도 최대한 고증을 하려는 흔적들이 많습니다. 일본사회가 급격하게 가난해지면서 술을 판매하는 상인이 게임을 들여오는 설정이나 코스프레나 갸루가 나타난 시기도 표현되고 있으며, 동네 오락실을 기준으로 팀을 만들어서 경쟁을 하는 풍토도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같은 뿌리에서 갈려나갔기 때문에 대략 옆 나라에서 들여오면 성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한국의 과거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은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일본의 과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그 당시에 게임 한판 가격이 50엔(약 500원)이라는 점에서 1990년대의 망해가던 시절의 일본 경제력조차도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한국문화를 가져가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일본에서도 한국문화에 관한 경계심만 사라지면 자리를 잡기에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경제적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여러 작품들을 보려고 노력하는 정도여서 거의 모든 작품들을 살펴본 전문가 수준의 경험은 없습니다만 하이스코어걸은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할 것이 없거나 시간 여유가 생기는 분들이 계시다면 넷플릭스에서 소소하게 볼만한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오락실 게임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