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티빙(tving) ・2023. 11. 5.

아라문의 검 리뷰 해석, 고대 한국의 건국 설화에 기반을 둔 판타지

《아스달 연대기》와 《아라문의 검》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이 작품을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을 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녹아 있는 내용들이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봤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주 오래전에 여러 부족들이 모여서 나라가 발생하는 과정을 여러 관점에서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대에 한반도와 만주, 초원에 존재했다는 여러 다른 부족들의 연합이었던 고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는지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익의 공유, 나라의 기반이 탄생하는 과정

초기 씨족 사회는 간단한 수준의 무역을 통해서 발전했습니다. 서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물물 교환하기 위해서 이동하다보니 그 길이 유통망이 됐으며, 여러 유통망이 겹치는 자리에 시장이 열렸습니다.

 

서로 가지고 온것들을 교환하거나 사고팔면서 다시 씨족 공동체로 돌아가서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시장이 있던 자리에서 발생하는 이익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모이면서 도시로 발전했으며, 그 도시를 약탈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재물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가 양산되면서 초기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이익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씨족도 잘 살기를 바랐으며, 그들은 씨족을 대표해서 도시에서 이익을 위한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사회에서는 모든 씨족 대표들이 회의를 통해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독 강력한 씨족들이 연합을 구성했으며 왕을 선출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 (1기)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작중 타곤이 왕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왕' 이라는 개념의 탄생은 중앙권력의 출현, 즉 '왕국'의 탄생을 의미했습니다. 물론 반대하는 씨족은 몰아냈습니다.

 

국가의 토대를 건설했던 씨족들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은 자신의 기술을 무기 삼아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 아라문의 검 세계관에 대한 이해

많은 분들이 한국의 고대 역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에서 온갖 종족들이 섞여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한국 역사에서 어떤 나라가 존재했다면, 그 나라에 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뿐 아니라,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에 넓게 퍼져있는 나라들의 견해도 살펴봐야 됩니다.

 

그들의 조상들도 분명히 한반도나 만주에 있었던 고대 국가를 목격했을 것이 틀림 없기 때문입니다. 터키 사람들은 돌궐시대에 만주의 고대 국가를 '배크리(맥구리/맥고려)'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터키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대 중앙 아시아에 훈 제국이 있었는데, 그 부족 연방에 있던 여러 부족들 중에서 위구르 부족이 통치를 시작하면서 돌궐(쾩 튀뤼크/신성한 강함)이라는 나라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들 중에서 일부가 동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들 중에 일부가 고구려(배크리) 건국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훈 제국은 다민족국가였기 때문에 그들에 속해 있던 부족 중에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해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역사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통일 신라고려를 거치면서 부족 관념에 사라졌으며 조선에 들어와서는 친명정책을 기반으로 스스로 초원에서 왔던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민족 관념은 미국이 식민지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창했던 민족자결주의에 의해서 발생하게 됐습니다.

 

한반도에 고립되어서 살았다는 것은 국경이 온전하게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에는 불가능한 이야기 였습니다. 때문에 고대 국가들은 각 지역마다 다른 종교관이나 풍습 등을 바탕으로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종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라문의 검에 나오는 여러 부족들과 여러 다른 언어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다른 부족들이였지만 어떤 목적에 동의해서 하나의 나라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신성(神聖)의 탄생, 종교관 아래 하나가 됐던 사람들

작중, 탄야는 흰산 늑대 할머니의 자손이자 와한족 씨족어머니의 후계자입니다. 이후에 아스달에서 아사신의 재림으로서 대제관이 되는데요. 신성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신'이라는 발음은 '진' 이라는 발음과 맥이 같은데요. 옛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관측해서 시간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별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 문명은 한반도의 신라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하늘의 별에 인격을 부여하는 권력자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스스로가 하늘의 자손이므로 특별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신성한 존재, 즉 별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현대에는 말도 안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일 뿐입니다. 하늘에 보이는 아주 멀리서 오는 빛줄기를 살아있는 존재로 묘사하는 판타지 소설 일 뿐이지만, 그것을 당시에는 진짜로 믿었던 것 같습니다.


아라문의 검에서도 탄야는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백성들 때문에 특별한 권력을 가질 수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렇게 생긴 권력으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홍익인간/弘益人間)'라는 목적을 이루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작중 '아사' 라는 단어는 돌궐 제국 카간 가문의 전설 속의 초대왕 '아사나'에서 가져왔을 것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암늑대이며, 아버지는 돌궐인이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암늑대를 토템으로 숭배하는 부족이었을 것입니다.

신성(神聖)은 아스달 연합을 견고하게 만들었으며, 아고족을 이나이신기 아래 하나가 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관한 책임과 인생에 관한 고통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으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신성 국가가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 의도는 신(神)의 공포에 의해서 다툼이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사장 계급이 부를 독점하게 되며 제사장 계급의 타락으로 수많은 종교 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라문의 검에서 표현되는 힘의 논리

무력으로 대표되는 새녘족, 신성으로 대표되는 와한족과 흰산족, 기술력으로 대표되는 해족, 그리고 특별한 출신은 없지만 장사로 재산을 모았던 사람들까지 크게 4가지의 권력층이 존재합니다.


그들 모두 자신의 씨족이나 스스로를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익에 맞지 않으면 죽이고, 이익에 맞으면 같은 편이 되는 잔혹한 힘의 논리를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어떻게 해야 많은 백성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물론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전략이 우세했는데요. 작중 새녘족의 족장의 아들이자, 아스달의 왕이 되는 타곤은 해족의 태알하에게 '왕'은 백성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합니다. 지배계층은 피지배계층이 보기에 특별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일반 백성들 또한 붙었을때 가장 이익이 되는 대상을 고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회에서 타곤은 백성을 위해서 싸웠는데 이제는 자신을 가짜라로 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백성들은 뇌안탈의 공포를 극복하고 이아르크의 재물을 원했기 때문에 타곤을 지지했지만, 이제는 아사탄야가 배푸는 온정이 더 위로가 되기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탄야는 백성은 물과 같아서 담는 그릇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는 말을 하면서 타곤의 책임을 이야기하며 백성을 두둔하기도 합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나오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권력에 대해서 흥미롭게 다루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라문의 검》을 시청하기 전에 《아스달 연대기》를 먼저 시청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