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 리뷰, 공포를 대하는 무력한 인간의 이야기
오징어 게임을 워낙에 재밌게 봐서, 이번에 지옥이 인기가 있길래 진지하게 봤습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인지 영화의 몇몇 부분의 묘사가 더 강하지 않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쓰고 있는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계속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지옥에 대한 의미를 생각 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천사라고 부르는 허공에 나타난 인간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자가 대상자의 이름과 지옥에 갈 날짜, 시간을 명시합니다. 이것을 고지라고 합니다.
고지한 때에 골램(?)이나 설인같이 생긴 거대한 덩치의 검은색 인간형 괴물이 나타나서 타겟이 된 사람을 잔인하게 때리고 강한 열로 태워 죽입니다. 그렇게 해서 검게 탄 뼈와 살점만 남게 됩니다.
이렇게 죽이는 과정을 시연 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지옥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일부 보여 준 것이며, 신이 인간 세계에 개입한 것이라고 믿고 두려워 합니다. 자살을 해도 영혼을 불러내서 시연을 진행하는 무시무시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알고 넘어가야 하는것은, 고지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칭 천사와 시연을 하는 괴물들은 단 한번도 인간의 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죽일 사람과 때를 정한 후에 그때 죽이러 오는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시연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그렇게 죽은 사람들 중에 우연하게 범죄자가 포함되어 있었던 겁니다.
사람들은 시연을 두려워 하면서, 공포를 느끼며 그 공포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람들을 돕고 살아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연을 믿지 않는자를 공격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고 인식합니다. 신이 임명을 한적도 없지만, 어느순간 신의 대리인이 되어서 '믿음'이 없는 자를 공격 합니다.
작품 처음에 나오는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 라는 인물도 사실, 고지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20년 후에 죽을 것이라는 고지를 받고 공포에 떨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던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공포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때문에, 고지와 시연이라는 사건을 죄지은 사람에 대한 심판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인간이 더 정의로워진다면 고지와 시연을 겪지 않을 수가 있다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그 공포가 사람들을 더 옳은 길로 인도 할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마치 중세시대 신성을 이용한 공포 통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진수는 티벳 고원에서 시연을 목격하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렸을때 읽었던 티벳 사자의 서에서 본 내용과 유사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깨닫지 못한 자는 사후에 괴물들에게 쫒기게 된다는 내용 말입니다.
정진수는 시연의 시간이 다가와서 죽기 직전에 진경훈 형사에게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진경훈 형사가 이야기 했던 자율의지에 따라서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는 말과 두가지 선택지를 제안 합니다.
단 한번의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던 정진수 자신 또한 고지와 시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공포와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할 것인지, 아니면, 정진수의 죽음을 숨겨줘서 사람들에게 공포에 떨면서 정의로운 길을 가도록 유도 할 것인지 말입니다.
진경훈 형사는 후자를 선택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진수가 죽은 이후부터 시작 됩니다. 어느덧 신과 가장 가깝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득세를 하지만, 정진수가 남긴 '옳은 일만 한 선한 자는 지옥에 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은 오히려, 신의 대리인을 사칭하고 사람들의 폭력을 정당화 시켜 줍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 하는 지옥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1기 만으로는 알 수가 없는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2기가 나와야 무엇을 의도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알 수가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간의 유추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지와 시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 그 자체를 지옥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고, 공포가 있기 전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의 본성 그 자체를 지옥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공포에 의해서만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고지와 시연은 천국을 만드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하게 알 수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간에게 고지와 시연을 하는 자에게 인간이 대항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 죽은 자를 살려내기 까지 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이 죄악을 저지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죄악을 저지를 수 없도록 만들었으면 됐습니다.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오직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을 지옥으로 데려갈 생각을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고 해석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나와야 알겠지만, 고지와 시연의 의미는 인간이 부여 한 것에 불과하고 현실은 단순한 '수확' 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SF 영화에서 주로 찾아 볼 수 있는 외계인에 대한 묘사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하고 관리하고 수확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사람들에게 '너는 어떤 방식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론내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티벳 사자의 서에서 차용한 이야기라면 깨달음의 의미에 관한 내용 접근이 이어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감한 주제 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음 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지옥, 무난하게 볼만 합니다.
저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외국인들이 드라마 지옥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은 지옥을 신선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유사한 문화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2기가 나와야 완성되기 때문에 평가를 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흥미가 갈만 소재를 몰입감 있게 이끌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볼만하다고 추천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가 깔끔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2기가 나온 후에 이어서 보는 방법이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