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리뷰, 상징으로 표현한 진심어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일본 감성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의 감독이면서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 작가입니다. 날씨의 아이도 마찬가지로 이 분 작품인데요. 재밌게 봤습니다.

작품을 보는 내내 높은 완성도, 표현의 간결함과 정확성 때문에 계속 몰입 할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표현은 '진정한 사랑'에 관한 깨달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 관점은 배울 가치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개인적인 해석을 적어두었습니다.

 

일본 문화의 기반 설화,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

일본 작품들은 '신토(神道)' 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토(神道) 사상은 그 기반이 애니미즘이며 정령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세계관입니다. 영혼의 길을 따라간다는 개념으로서 정령을 옳은 길을 따라간 선대의 영혼으로서 인식하며 조상신의 개념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적 사고관에서 비롯됐으며 정서적 퇴보를 지양하고 정서적 성장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좋은 일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신토(神道)은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를 주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태양의 신으로서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는 존재로서 인식됩니다. 아마테라스 여신은 물리적인 빛과 마음의 빛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모두 해석되며 일본 역사의 정신적 기반과 같습니다.

 

날씨의 아이에서 나오는 '맑음소녀' 아마노 히나는 아마테라스 여신을 모티브로 한 것 같습니다. 작중,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서 인간 재물을 필요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작가는 일본 사회가 초기 신토(神道)의 핵심을 잃어버리고 폭력적인 세상에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본래라면, 자연현상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마음을 중시하는 야마토(대화/大和/크게 어우러진다는 뜻) 사상이었으나 그 시작이 왜곡되고 변질되어서 신뢰가 훼손되고 폭력적인 계급전쟁으로 비화되는 과정에서 '거짓 믿음'에 의존해서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했으며 그 과정에서 부당하고 잔인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서도 마음이 맑을 수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일본 사회가 놓여 있는 문제점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위계질서에 의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가출하는 청소년들이나 자유보다는 억압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와 억압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불량 인간' 취급을 받는 상황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가난한 젊은층들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맥도널드와 넷카페를 강조하며 성매매(물장사)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도시전설이나 괴담 혹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판매하는 것으로 근근이 생활한다는 내용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롭게 봤던 내용은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켜서 행복을 얻고자 하는 행동은 틀렸다는 확고함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서도 마음이 맑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맑은 날씨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고요한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모리시마 호다카 (남주)와 아마노 히나(여주)의 사랑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부러워 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 들어난 사실과 숨겨진 진실의 괴리를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도 많이 확인하게 됩니다. 과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심리적 이익을 위해서 가까운 사람을 대신 희생시키거나 없던 책임을 만들어서 타인에게 부여하는 사례들을 많이 봤습니다. 가끔은 대세를 이룬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위험한 거짓말에 집단으로 의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마주하다보면 진정한 사랑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표면적으로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내면적 이익 계산을 통해서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약점을 발견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일그러진 기쁨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과 같은 아름다운 말을 통해서 상대를 유혹하기도 합니다.

날씨의 아이는 개인적으로 봤던 거짓 사랑들과 상반되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각오하는 남자의 강한 마음과 그 남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진심을 다하는 여자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습니다.

 

이 작품은 모든 연령대가 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20~30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아직 시청을 하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