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표류단지 리뷰, 과거에 두고 온 감성에 관한 메시지

'표류단지'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성인이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이 많아서 억지스럽다는 평가도 있지만 내용을 깊게 들여다본다면 나름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흔한 설정 중에서 '어린 시절의 소중함' 이라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표류단지는 어린시절의 소중함을 중심의 이야기 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지켜보면 어떻게 해야 과거와 좋은 이별을 하고 미래로 나아 갈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에 마냥 집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두고 온 감성적인 메시지를 온전히 미래로 이어나간다는 발상은 보는 내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과거와 어떻게 이별을 해야 될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성인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한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시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이 마음 속에서 중요한 울림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는 행복한 순간이 깃든 장소에는 '정령'이 있다고 믿는 정령신앙(애니미즘)이 있습니다. 그 정령들은 인간의 삶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믿어집니다. 표류단지에서는 행복한 장소에 깃든 정령과 이별을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신선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한국사람들의 기복신앙(샤머니즘)은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지만 일본은 과거에 몰입하는 성향을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통을 중시하고 단단한 뿌리를 기반으로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것은 좋은 방향 일 수도 있으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민감한 주제에 관한 메시지를 '표류단지'의 작가는 매우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기독교나 불교라고 해서 기복신앙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기복신앙이란 빌어서 복을 받아 이익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모든 형태의 믿음입니다. 어떤 종교인지에 관계없이 한국은 기복신앙이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답답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을 '쪼잔한 행동' 이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기복신앙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번의 '기도'로 해결 될 간단한 문제이기 때문 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거를 막연하게 넘어가지 않고 해결을 하려는 방식이 더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때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경험했던 과거의 상황이나 사건을 무시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잘 이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이별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복잡한 고민을 이 작품은 표현하고 있습니다.

 

버리지 말고 가져가기 위한 고민

이 작품은 아쉽게도 시청자에게 직접 판단하기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의 초반부를 볼때 결론에 관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용두사미의 모습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과거에 행복했던 시절과의 아름다운 이별에 관해서 정령의 도움을 받는다는 방식은 인간을 무력하게 표현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형태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정령이 작품에서 나오는 아이들에게 우호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세상은 늘 그렇듯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우호적이지 않은 만남들도 있습니다. 의존할 대상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품 내내 과거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한 흔적들은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이성도 중요하지만 감성은 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익만을 위해서 이성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머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한 '감성의 결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짓 감정'을 내세우는 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성공은 했어도 따라오는 그 근본적인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성을 찾아 떠돌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어느시점에서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잊어버렸다는 관점은 이 작품에서 '오래된 카메라'를 매개체로 활용해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과거의 감성을 미래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사진을 선택 한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0점 만점에 7점은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화는 수준급이지만 내용의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마무리만 좋았다면 8점 이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마무리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동심을 추구하는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일본의 여러 작품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와의 확실한 이별이라는 관점은 참신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작가는 일본사회가 과거에 연연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현실에 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